천연두: 인류가 처음으로 근본적으로 제거한 질병
천연두는 인류사가 시작된 이래로 인류가 처음으로 완전히 박멸한 질병입니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세계보건기구(WHO)는 미국의 지원을 받아 1950년대까지 말라리아 박멸 캠페인을 주도했지만, 막대한 자금 투입에도 불구하고 말라리아 퇴치는 불가능에 가까워진 것으로 인식되었습니다. 이후 소련의 의견을 따라 천연두 박멸로 방향을 전환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소련은 이주자들 때문에 국경지대에서 천연두가 크게 유행하고 있어 천연두 박멸에 필사적으로 나서게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소련은 지형과 기후에 구애받지 않고 어느 지역에서나 탁월한 효능을 발휘하는 동결건조 천연두 백신을 개발하여 대규모로 보급하였습니다. 이후 미국과 소련이 힘을 합치면서 천연두는 빠른 속도로 지구상에서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천연두 퇴치 운동과 함께 WHO에 도입된 전략들은 현재 WHO의 중요한 운영 기제로 작용하며, 인류가 불치병에 맞서 살아남는 역사적인 사례로 남아있습니다.
1주 보고 체계는 세계보건기구(WHO)가 팬데믹 상황으로부터 인류를 보호하기 위해 구축한 전략입니다. 이 체계는 전 지구의 의료 체계를 통합하여 어떤 특정 지역에서 발생한 전염병이라도 일주일 WHO에 통보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입니다. 현재도 이 시스템은 WHO의 핵심 운영 기제로 작용하며, 지역 단위 진료소에서 전염병 의심이 발생하면 상위 의료 체계를 통해 1주 안에 WHO에 보고되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를 통해 WHO는 매주 보고서를 작성하여 전염병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전염 확산이 우려될 경우 선제 대응 전략을 수립합니다. 전 세계 인구가 2010년대 이후 70억 명에 이르는데, 어느 작은 아프리카 마을에서 몇 명의 에볼라 감염자가 발생하더라도 이 사실이 통신망을 통해 전 세계에 보도될 수 있는 것은 지역 단위 의료소에서 상위 병원, 각 국가의 의료지원 행정부를 경유하여 1주 안에 WHO에 보고되도록 체계화된 시스템 덕분입니다.
포위 접종 (ring vaccination)은 천연두가 특정 지역에서 유독 유행할 때, 해당 지역을 둘러싸고 있는 비교적 천연두가 덜 유행하는 지역부터 천연두를 근절하는 전략입니다. 이를 통해 해당 지역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 지역은 천연두 환자가 없다고 가정할 수 있으므로, 마지막으로 남은 가장 위험한 천연두 유행 지역을 집중적으로 섬멸하기가 쉬워지고 전염자 파악도 용이해집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군대의 포위 섬멸 전략과 유사한 개념입니다.
봉쇄 전략은 특정 지역에서 천연두 환자가 발생할 경우 이유와 기존 백신 접종 여부와 상관없이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에게 백신을 의무적으로 접종하는 전략입니다. 이미 천연두 백신을 맞았더라도 상관없이 모든 구성원이 백신을 받게 됩니다. 천연두 환자가 발생한 마을의 사람들은 개인 의사와 상관없이 모두 백신을 강제로 접종하게 됩니다. 이러한 접종을 통해 아직 면역력이 형성되지 않은 사람들도 포함하여 모든 사람이 예방 접종을 받을 수 있습니다.